서기 20XX년, 핵전쟁이 일어나도 바퀴벌레처럼 멀쩡할 줄 알았던 우리 가 아악 지도교수님이 전치 6개월 부상을 입으셨단 소식을 듣고 대학원생 일동은 "아!"하고 탄식을 터뜨렸다. 가식이 아니라 진심 어린 아쉬움이었는데, 처음엔 사망소식으로 오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 교수님이 타신 차량의 운전을 맡았던 석사과정생 6년차 김 떡팔이 "그럼 우...
1972년 겨울, "너희가 실험하면서 돈을 쓰면서 배우니 오히려 너희가 돈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진떡팔 교수님의 지극히 합리적인 말씀 덕분에 월급은커녕 마이너스 월급을 착취당하던 언제나의 일상. 우리는 몇 년 정도 정리하지 않아 각종 물품과 시체, 알 수 없는 장물들이 가득한 랩실 창고에서 수렵 및 채집생활을 하며 쌉싸름한 바퀴벌레 페스토를 만들...
청주라는 도시, 그 중에서도 청주시 청원군이라는 지역은 문제가 좀 있습니다. 버스 좀 타려고 하면 배차간격 30~40분. 그것도 그나마 짧은 거고 배차간격 길쭉한 건 하루에 8번 정도만 다닙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저희 할머니댁은 동네에 교회 하나 외엔 편의시설이 없는 완전 깡촌인데 거기도 하루에 버스 9대는 다닌다구요. 이래서 지방에 가면 차를 사게 ...
IMF 광풍이 몰아치던 1997년. 축룡슴 교수님께 건네받은 재산을 모두 잃은데다, 두 번 환생을 거치고서도 124년 동안 대학원을 졸업하지 못한 우리는 절망에 휩싸여있었다. 대체 왜 우리는 이 지옥같은 대학원의 굴레에서 졸업이라는 쇼섕크 탈출을 이룰 수 없단 말인가? 우리는 하늘같은 지도교수님에게 이 비정한 사태에 대해 자문드렸으나, 새하얀 얼굴의 앳된 ...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사람도 짐승도 아닌 미천한 대학원생들이 남길 것은 논문과 특허 뿐이다. 라이트형제의 비행기조차 얼어붙은 1873년 가을. 대학교 벤치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우리들은 누가 폐기름 가득찬 기름통에 들어가 모두를 배불리 먹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가위바위보 대결전을 벌이고 있었다. 브래스 너클과 각목이 ...
매미조차 불타오를 19XX년의 봄, 한국생물공학회에서 학회를 연다고 하는 비보가 들려왔다. 메일로 날아왔기에 비보(飛報, 아주 빠른 소식)가 아니라 우리에게는 비보(悲報, 슬픈 소식)였는데, 우리 대머리박사님은 그야말로 도움 하나 없이는 화장실에서 기저귀 하나 갈아입지 못할 성스러운 황금옥좌, 물박사 소유자이셨기 때문이다. 대머리박사님이 혼자 제대로 할 수...
대학원생의 비루함이야 케이지 안을 기는 햄쉬타 오줌줄기보다 미천한 것이 당연하나, 아무리 법적으로 인간 아니라 해도 인권이란 게 아무래도 존재는 하지 않겠는가 하는 미련한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지금부터 적을 글은 그런 한순간의 착각으로 인해 내 커리어가 급선회한 것과, 그 와중 학문의 자세를 유지했던 나의 영광된 회고록이다. 때는 19XX년, 핵전쟁으로...
귀울림처럼 나른하게 비가 내리는 밤중에 집을 나섰다. 너무 많은 시간을 걸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거리를 걸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빌라. 깨진 벽돌이 잔뜩 있는 거리. 육 개월째 어떤 가게도 들어오지 않는 빈 자리들.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칠흑같은 어둠에 섞여 마음을 무디게 찔렀다.동남아에서 온 청년이 언제나처럼 담배를 피운다....
"이건 음모야."엥, 이건 또 뭔 개소리냐. 내 친구는 분명히 어제 나랑 소주 열 병을 싹쓸이하고 아무 데나 나뒹굴어 잠들었다가 지금 막 길거리에서 깨어난 참이었다. 녀석의 입에는 어제 "미리 해장"이라며 처묵던 콩나물국의 대가리가 위장여행을 거쳐 다시 따스한 12월의 햇빛을 받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멍때리고 있다가, 녀석에게 말했다. 입 닫고 말해. 냄새...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함께 길을 걸으며 나에게 가르쳐 주었던 많고 많은 꽃말들. 장미, 자운영, 튜울립을 가리키며 살포시 웃던 그대는,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이리스의 꽃말은 가르쳐주질 않았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대를 재촉했고, 그대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부드러운 미소만을 짓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며...
시커먼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 있는 밤. 그날도 나는 노오란 전등이 소주에 비치는 기묘한 광경을 보며, 주인마저 졸고 있는 노오란 포장마차의 밤. TV에서는 어릿광대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옆에서는 레코드판의 잡음 같은 이야깃소리들이 들려왔다. 세상 참 더러워. 이젠 뉴스도 듣기 싫다니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나쁜 짓을 해대는지 원. 그런데 아무도 ...
한밤중에 누군가 자신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언제나처럼 낄낄대며 살아간다. 특별히 아무 생각 않고 살아간다. 언제나와 같은 시각에 잠자리에 든다. 내일 할 일에 대해 생각한다.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 잠들어서 의식하지 못하는 채로 깬다. 그 경계를 알 수는 없다. 몽롱한 의식과 선명한 무의식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하다. 그러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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